먹는 시간마저 아깝다는 일본인들…이젠 운전대도 놓는다 [정영효의 인사이드 재팬]

입력 2023-07-10 07:25   수정 2023-07-10 07:58



'시간 대비 성능'을 뜻하는 시(時)성비가 일본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으면서 소비자들에게 가장 친숙한 유통업체인 편의점도 변신을 요구받고 있다.

소비자들이 언제든 찾을 수 있는 매장에서 소비자들을 찾아가는 매장으로 모습이 바뀌고 있다. 전국 방방곡곡, 동네 구석구석, 직장 바로 근처에 매장을 깔아두면 고객이 알아서 찾아오던 시대가 끝났다는 판단 때문이다.



사람들이 외출하는 시간을 줄이면서 음식 뿐 아니라 생활필수품까지 배달시키는 시대가 열린 영향이다. 일본의 편의점 수가 5만개를 정점으로 정체돼 있다는 통계가 트렌드 변화를 입증한다.

일본 최대 편의점 프랜차이즈 세븐일레븐재팬은 2024년까지 온라인으로 상품을 주문하면 30분 이내에 배달하는 배송망을 만들 계획이다. 편의점이 앞으로는 '편의점+택배 물류 창고'의 멀티(다중작업) 역할을 하는 셈이다.

편의점의 대명사 세븐일레븐이 스스로 전통적인 편의점의 모습을 포기한 것은 앞으로 절반 이상의 소비자들이 온라인 쇼핑으로 물건을 살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고용시장도 바뀌고 있다. '타이미(タイミ?)'라는 아르바이트 매칭 앱은 정해진 시간에 아르바이트를 하려는 구직자가 기업이나 매장을 찾던 기존의 방식과 반대다. 기업이 단발성으로 아르바이트생이 필요한 시간대를 앱에 올리면 일할 사람이 지원하는 형태다.

'이번주 금요일 오후 1시~3시 비시는 분'하는 식으로 아르바이트생을 족집게 방식으로 모집할 수 있다. 강의가 비는 1~2시간 활용하려는 대학생들에게 인기가 있다.

가성비 넘어 시(時)성비의 시대가 온다(2)에서는 책 읽어 주는 서비스 '키키나가라(聞きながら·들으면서)' 서비스의 인기를 소개했다. 하루 평균 3.7시간으로 추산되는 귀가 노는 시간을 활용하려는 소비자들의 필요에 맞춰 뜨는 시장이다. 귀가 노는 시간 마저 전부 소진하고 나면 인간은 또 어떤 시간을 짜낼 수 있을까.



기업들은 다음 타깃을 운전으로 보고 있다. 제품평가기술기반기구에 따르면 일본인은 하루 평균 96분을 운전하는데 쓴다. 인간이 운전에서 해방되는 순간 1년에 600시간을 새로 확보할 수 있다. 자동차 기업은 물론 정보기술(IT) 대기업, 전자기업까지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는데 필사적인 이유다.



인간은 기꺼이 운전대에서 손을 뗄 의향이 있다는 분석이다. 2021년 일본의 자동차 등록대수는 정점이었던 1990년에 비해 40% 급감했다. 콘텐츠를 소비하는 시간, 먹는 시간도 줄이다 못해 귀가 노는 꼴도 못보는 젊은 세대에게 운전은 시성비가 좋지 않은 대표적인 문명의 이기다.

전기차 시장 진출을 선언한 소니가 "이동공간을 새로운 엔터테인먼트의 공간으로 바꾸겠다"고 선언한 이유다. 이동 중에도 영화와 게임을 즐기도록 시성비를 충족시키겠다는 전략이다.



아직도 더 줄일 게 남았을까.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창업자는 “넷플릭스의 경쟁 상대는 수면 시간”이라고 말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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